-지구식 구원자 전형 작가 : 외투
-지구식 구원자 전형 작가의 다른 작품 :
머실리스 : 무법지대(완)
-지구식 구원자 전형의 장르 : 판타지, 현대 판타지(아포칼립스물, 피카레스크물)
-지구식 구원자 전형의 진행 상황 : 20.10.22 기준 총 368화/완
-지구식 구원자 전형 보는 곳(연재처) :
1. 네이버 시리즈
http://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series?productNo=3937811
-소개글 :
여느 때와 같았던 월요일 오전 8시.
전 세계의 인간에게, ‘지구’가 말을 걸었다.
「주민 여러분,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우주에 의해 제 수명이 다 되었다는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 지금까지 지구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게이트를 통해 등장하는 끔찍한 존재들과
구원자라는 이름으로 선택받은 자들.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파멸 속에서
전직 게임사 말단 대리, 현직 구원자 박정우-
세상을 구하려는 그의 일대기가 시작된다.
※보다 정확한 리뷰를 하기 위해 중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구식 구원자 전형의 줄거리 :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 날, 모든 인간에게 지구가 멸망할 예정이라는 안내문구가 떠오른다.
멸망을 피할 방법은 오직 하나,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뿌려진 정수를 모아 모든 진입로를 닫는 것.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하던 박정우는 구원자가 되어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지구식 구원자 전형의 장점 :
1. 압도적인 인상을 주는 아포칼립스, 피카레스크 소설
'지구식 구원자 전형'의 전체적인 플롯 자체는 사실 그리 특별할게 없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세상이 위험해졌고, 일반인이던 주인공은 세상이 멸망해가는 와중에 힘을 얻고 목표의식과 신념을 굳건히 다져서 결국 세상을 구원하게 된다는 내용이죠.
다만 그 와중에 일어나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일반인에서 진정한 '구원자'로 변해가는 과정, 그리고 멸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온갖 인간군상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게 단연 독보적인 수준이 아닌가 싶네요.
이 소설에서 지구를 구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 행성 폐쇄를 위해 넘어오는 외계인의 통로인 진입로를 모두 닫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진입로를 닫을 수 있는 구원자가 인간, 동물 등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체들에게 분배된 정수를 수집해서 강력한 힘을 얻어야만 하죠.
평범한 일반인이던 주인공 박정우는 소설 초반부에서는 다른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패닉과 공포에 빠져 허우적대지만,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자신에게 정수를 몰아주고자 진입로에 달려들어 죽어간 사건을 기점으로 사상과 신념이 완전히 바뀌어버립니다.
바로 '인간'에서, '구원자'로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소설에서 나오는 구원자는 '인간'의 구원자가 아니라 '지구'의 구원자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원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정수를 끌어모아 강력한 힘을 얻어 모든 진입로를 닫는 것이죠.
즉, 뛰어난 구원자일 수록 가장 잔혹한 '인간 살인마'인 것이고, 진정한 구원자가 되기로 결심한 주인공 박정우는 무자비한 살인마가 되기로 결심한 셈입니다.
주인공이 진정한 구원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의 행보는 그야말로 충격적일 정도더군요.
우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은 무자비하게 죽이며 정수를 수집하고, 다른 구원자든 아니든 정수를 나름 모은 사람들도 여지없이 죽여서 자신의 정수량을 불려나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과정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하지는 않지만 지구 구원에 필요한 희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호불호를 느낄 수 있겠죠.
그야말로 잔혹한 대(지구)를 위한 소(인간 및 동물)의 희생과 광기에 가까운 주인공의 신념에 소설을 읽는 내내 엄청나게 강한 인상을 받았네요.
2. 점차 비인간적인 구원자로 변해가는 주인공
위에서 말했듯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선 정수를 모아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대규모의 학살을 벌여야만 합니다.
그래서 행운동 사건 이후 주인공은 자신이 다른 구원자들에게 뒤쳐져서 죽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서나가 정수를 제일 먼저 제일 많이 끌어모으기로 결심한 이후 지속적인 학살을 벌여대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인간의 도덕과 양심을 떨쳐버리고 무기질적인 '구원기계'로 변해갑니다.
지구 구원 이후를 생각해서 의사, 농업 실무자, 건축가 등의 핵심적인 전문인력과 아이를 밴 임산부 등만 선별해서 자신의 방주에 태우고, 그 외의 인간들은 무자비하게 죽여서 정수를 모아나가더군요.
또한 최대한 살아남고자 하긴 하지만 만약 자신보다 뛰어난 구원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그에게 정수를 헌납할 생각도 하고, 더 강해지기 위해 자신의 신체부위와 소중한 기억, 구원 이후 자신의 존재를 모든 사람이 잊는 것 등 일반 사람이라면 포기하기 힘든 것들을 미련없이 포기하며 그야말로 지구 구원을 위해 모든걸 불사르며 앞으로만 달려가죠.
주인공이 단순히 사람들을 죽여서 정수 수집하고 생존 경쟁만 하다가 지구 구원을 하는 내용이라면 그저 내로남불 덩어리인 살인마였겠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존재와 생명, 기억 등 모든걸 포기하면서까지 지구 구원만을 보며 달려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3. 소설의 종막을 장식하는 박민구의 부성애
주인공 박정우의 아버지 박민구는 좋게 봐줘도 아버지 역할에 걸맞는 인물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직업은 사기꾼이고 아들인 박정우에게 뭔가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 그런 아버지 같지 않은 아버지죠.
그러나 행성 폐쇄가 시작되고 따로 떨어져서 생존을 시작한 그들은 수많은 여정을 거치고 지구 구원을 위한 동료로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마저 포기해가며 다른 인간들과 구원자들은 무자비하게 죽이던 박정우지만 그런 그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구원자 동료는 박민구였고, 박민구 역시 인간이 아니라 잔혹한 구원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아들을 보며 슬픔을 느끼면서도 아들의 뜻과 신념에 따라 행동을 하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잃으며 진정한 구원자가 된 박정우는 박민구에게 아버지라면 아들을 위해 정수를 수집해서 자신에게 죽어 넘겨달라며 말도 안되는 '아버지 노릇'을 요구하고, 박민구는 기꺼이 알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설의 최후반부, 마지막 진입로를 닫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확실한 지구 구원을 위해서는 자신이 희생하여 정수를 박민구에게 몰아주고 그가 진입로를 닫아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에게 정수를 몰아주며 죽게 됩니다.
그렇게 최강이자 최후의 구원자가 된 박민구는 마지막 진입로를 닫고, 지구는 구원받게 되죠.
지구 구원 이후, 박민구는 지구가 준 혜택을 받고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대신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자신의 아들을 찾아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을 암시하며 소설이 끝납니다.
보통은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지구를 구원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할 거라 생각하지만, '지구식 구원자 전형'의 이러한 결말은 제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정말 놀랐죠.
결국 박민구의 부성애 덕분에 주인공은 그를 믿고 생명을 바쳐 그토록 염원하던 지구 구원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니까요.
소설 중간중간 이어지던 박정우 박민구 부자의 관계가 이런 식으로 결말을 맞이하니 참 흥미롭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복잡한 감상이 드네요.
특히 아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마지막 진입로를 닫는 순간 박민구의 만감이 담긴 한마디 '지구는 존속한다'는 제 심금을 울렸죠.
지구식 구원자 전형의 단점 :
1. 정수 많으면 장땡인 구원자간의 전투
보호막, 검 형성, 방출 등등 개인에 따라 전술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구식 구원자 전형'은 정수가 많으면 싸움이 유리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주인공도 자신보다 정수가 많은 자는 피하고 정수가 적은 애들을 골라서 죽이며 성장하는 식으로 움직이죠.
싸움도 예를 들어 상대가 보호막에 100의 정수를 썼다면 자신이 110의 정수로 만든 칼을 휘두르면 상대의 보호막을 깨부수고 죽일 수 있는 그런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그래서 싸움에 전략적 요소랄게 거의 없다보니 이런 부분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더군요.
2. 개연성 떨어지는 일부 전개
평범한 일반인이던 주인공이 갑작스레 인간성을 버리는 것도 그렇지만 중국 에피소드에서 지구 구원을 위해 죽어달라는 주인공의 요청을 들어주는 다른 구원자, 서로에게 최대한 정수를 몰빵해주기 위해 결투를 벌인 중국 1위 구원자 등등 일부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또 주인공은 자기보다 약한 녀석들을 잘만 찾아다니는데 주인공보다 강력한 자들이 주인공을 찾아와서 싸움거는 적은 거의 없죠.
이 부분은 위에서 얘기한 정수량으로 순식간에 승패가 갈리는 싸움 양상 때문에 강자를 만난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질 확률이 높고, 싸움에서 진 주인공은 그대로 정수를 헌납하고 소설이 끝나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3.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주인공의 급변과 정수 수집을 위한 학살
이건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아무리 충격을 받았다고 해도 일반인이던 주인공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모든 인간성과 도덕관념을 버리고 무자비한 살인마가 되어버린다는게 좀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더군요.
또 그렇게 살인마가 된 주인공은 힘없는 민간인이건 외계 침략자를 상대하던 군인이건 정수를 잔뜩 모은 구원자건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죽여대며 정수를 끌어모읍니다.
아무리 지구 구원을 위해서라지만 이런 '인간 기준'에서 말도 안되는 행위를 저지르는 주인공이 독자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죠.
총평 :
제가 지금까지 읽은 아포칼립스물 중 가장 압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 소설 '지구식 구원자 전형'입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단 하나, '지구의 구원자는 인간의 구원자와 동의어가 아니다' 이죠.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수많은 학살을 벌이며 자신의 인간성, 신체, 기억, 타인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광기에 찬 주인공의 질주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더군요.
단점에서 말했듯이 호불호가 꽤나 심하게 갈리는 요소는 분명히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아포칼립스물, 피카레스크물 소설 중 수위에 들 정도라고 생각해서 추천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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