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보다 정확한 리뷰를 하기 위해 중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구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 빌런으로 나왔던 베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베놈'입니다.
빌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저는 이 캐릭터에 대해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할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전작에서처럼 빌런같이 행동하는 주인공인지 아니면 안티 히어로적 성향을 띨지 말입니다. 다만 트레일러에서 나온 모습도 그렇고 흔히들 아는 미국식 히어로 영화가 다들 그렇듯이 정말 악당이 주인공일리는 없으니 실질적으로는 툴툴대거나 싫어하면서도 히어로적 면모를 보이는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캐릭터가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제 예상보다 더 허술한 캐릭터성과 전개에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극장판은 감독판에서 잘린 부분이 많다고는 하지만 보지도 않은 것을 리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뭔가 부족한 극장판 영화만을 보고 리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평가 역시 안좋을 수밖에 없겠죠.
1. 갈대와도 같은 베놈의 마음
베놈은 분명 외계생명체인데 뭐 특별한 계기도 없이 뜬금없이 지구가 좋아져서 동지들을 데리고 오려는 같은 심비오트인 라이엇을 필사적으로 막습니다. 물론 지구에선 붙어 살 숙주가 있어야 심비오트도 생존할 수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지들을 다 버리고 지구를 택한 것은 너무 설명이 부족합니다. 심지어 라이엇이 자기보고 니가 가라는 식으로 뭔가 강요를 한 것도 아닌데 다른 심비오트들이 오면 지구가 멸망할 거라면서 무작정 라이엇을 막죠. 아무리 심비오트들 사이에서 취급이 안좋았다지만 그게 갑자기 다른 행성이 좋아져서 눌러앉고 싶어질 이유라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분명 베놈은 인간이 먹고 싶고 다 죽이고 싶고 그런데 숙주인 에디가 나쁜 놈만 죽이라는 말에 너무 쉽게 따릅니다. 이 또한 서로간의 의견이 충돌하는 과정을 거친 이후에 나와야 납득을 할 텐데 그런 과정이 너무 짧고 간결해서 사실 베놈은 착한 녀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2. 아무한테나 달라붙어도 멀쩡한 심비오트
댄의 병원에서 고주파수를 듣고 에디에게서 떨어져 나간 베놈은 바로 직후 에디가 납치당하자 그를 구하기 위에 강아지에게 달라붙었다가 이후 전 여자친구 애니에게 달라붙습니다. 그냥 동물에게 붙어서 멀쩡한건 그렇다 쳐도 사람은 특별한 상성이 있는게 아닌가 했는데 애니에겐 잘만 붙어서 드레이크의 부하들을 물리치고 에디를 구해냅니다. 드레이크에게 실험당하다가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게 된 셈이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누구는 합체하니 죽는데 주인공은 상성이 좋았다 치더라도 애니도 멀쩡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라이엇도 우주선 추락 현장의 관계자 -> 시장의 할머니 -> 공항의 소녀를 거쳐 드레이크에게 도달할 때까지 멀쩡한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드레이크는 어째서 잘 합체했는지, 숙주를 3번이나 바꾸면서도 라이엇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었는지, 라이엇이 떠난 숙주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런 것에 대한 설명 말이죠. 하다못해 혈액형에 따라 심비오트와의 상성이 갈린다면 차라리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그런 말도 없습니다.
3. 동기가 애매한 악역
악역 칼튼 드레이크는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열쇠가 심비오트와 인간의 융합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실험까지 자행하며 심비오트와 합체를 하려고 했죠. 그러다가 자기가 우연찮게 라이엇과 합체에 성공하자 우주선을 타고 가서 심비오트 동료들을 지구에 데려오려고 합니다.
이게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지 써놓고도 이해가 안되네요. 인류의 우주 진출을 노리던 사람이 갑자기 심비오트를 지구에 풀어서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하다니요. 그렇게 되면 합체하지 못한 인간과 심비오트들은 죽을거고 성공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데 이런 위험한 도박을 진행하는게 말이 안됩니다. 뭐 합체 못하면 도태시키고 합체 성공한 인류만 남겨서 우주로 뻗어나갈 그런 생각인 걸까요?
4.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듯 식인하는 베놈
이건 스토리보다는 연출의 문제긴 한데, 아무래도 청불이 아닌 15세 관람가라서 잔인한 장면을 넣을 수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람 머리가 날아갔는데 뒷처리가 레스토랑에서 식사 하다가 냅킨으로 입가에 살짝 묻은 소스 닦듯 너무 깔끔해서 당황하긴 했습니다.
총평하자면 빌런 캐릭터 베놈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지만 설명이 너무 부족하고 캐릭터성이 불분명해서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숭늉이 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극장판이 잘린게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러모로 허술한 설정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심비오트 특유의 꿀렁거림과 흐느적거림, 이리저리 쭉쭉 늘어나는 팔다리를 포함해서 CG는 괜찮았고 에디의 오토바이 도주 씬과 라이엇과의 대결 씬은 영상미와 액션이 넘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쿠키 영상에서 2편을 예고하던데 다음 편은 보다 짜임새 있는 설정과 분명한 캐릭터성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리뷰 > 영화, 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탐정 피카츄 리뷰 (0) | 2019.09.22 |
---|---|
엑스맨 : 다크 피닉스 리뷰 (0) | 2019.09.12 |
맨 인 블랙 : 인터내셔널 리뷰 (0) | 2019.08.28 |
알라딘 리뷰 (0) | 2019.08.16 |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리뷰 (0) | 2019.08.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