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리뷰

일타강사 백사부 - 간짜장

by 얼음렌즈 2021. 2. 6.
반응형

※보다 정확한 리뷰를 하기 위해 중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가 : 간짜장

작가의 다른 작품 : 회귀자의 은퇴 라이프(완)

장르 : 무협

진행 상황 : 총 170화/연재중

소개글 :
혈교 최악의 무공교관, 시골 무관의 사부로 환생하다.

 

 

 

 

 

 

 

일타강사 백사부

 

 

 

 

 

줄거리 :
단전을 다쳐 내공을 쓸 수는 없지만 무공을 연구하며 혈마신교의 후진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

그는 언젠가 혈교가 자신을 토사구팽할 것을 짐작하고 혈교에 잡혀있던 네 명의 고수들과 철저히 준비한 끝에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주인공을 포함해 모두 죽게 된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주인공은 수십 년 뒤 혈교가 망해버린 시대에 시골의 작은 무관 무공 사부인 백수룡이 되어버린다.

그는 이번 삶에선 무공을 제대로 익히고 청룡학관의 일타강사가 되고자 결심한다.

 

 

 


장점 :
일단 이 소설은 학원물에 강사물을 섞은 데다가 분위기가 대체로 학원물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와 비슷합니다.

아픈 과거가 있는 비행 청소년,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강사, 열정적인 학생, 주인공의 동료 신입 강사들 등등 일반적인 무협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죠.

개인적으로는 내용이 워낙 뻔해서 학원물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이 강사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이 학생인 경우보단 내용 전개가 신선하게 느껴지긴 하더군요.

물론 강사물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에서 봤던 내용이나 캐릭터들과 비슷한 구석이 많기는 하지만 무협 소설 중에서는 나름대로 독특한 정체성은 확립했다고 생각됩니다.

전에 리뷰했던 '귀환마교관'도 강사물의 성격을 띠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학생들을 계도하고 이끈다기보다 개성 강한 무인들을 휘어잡아서 잘 훈련된 군대로 육성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타강사 백사부'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체적으로 신입 강사 주인공이 주변의 우려와 비웃음을 감수하고 이것저것 추진해서 성과를 내고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스토리라고 보면 되겠네요.


두 번째로, 무림을 전복시키려는 암중세력의 음모 같은 무협의 정석 스토리를 학원물 배경에 비교적 잘 섞어서 스토리가 무협 본연의 느낌도 어느 정도 납니다.

만약 단순히 애들 가르치는 내용만 나왔으면 중간에 하차했겠지만 수십 년 전에 망했다고 알려진 혈교의 계략이 점차 드러나면서 주인공이 필연적으로 그들과 충돌할 것을 예상할 수 있어서 뒷 내용이 흥미가 생기더군요.

주인공 본인도 혈교의 무공 사부였던 만큼 힘을 드러내서 어렵지 않게 혈교 측을 박살내는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강사물이라는 큰 틀과 암중세력의 준동이라는 무협 전통의 클리셰를 섞다보니 소설이 전체적으로 순수하게 '무협'이라고 보기엔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단점 :
1. 혈교 시절 주인공의 이력에 대한 의문점

과거 혈교의 무사로 키워지던 주인공은 사고로 단전을 다쳐 내공을 쓰지 못하게 되자 무공 연구와 교육 쪽으로 전향해서 혈교의 후진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아무리 재능이 있었다고 해도 내공이 없는 상태로 무공을 연구하고 가르치는게 과연 얼마나 수월했느냐 하는 것이죠.

뭐 내공 하나 안쓰고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만 익히는 무공이 있다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무공은 내공의 운용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걸 내공을 전혀 못쓰는 주인공이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로 익히고 숙련시켰다는게 솔직히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에게 배우던 교육생이 내공 운용에 문제가 생겨서 질문했을 경우 내공 운용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주인공은 뭐라고 대답을 해줬을까요? 뭐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된다고 비급에 다 나와있어서 그걸 그대로 읽어주기라도 하나?

그리고 외공으로만 겨뤄서 미쳐 날뛰는 혈교의 교육생들을 제압하고 훈련시켰다는 부분 역시 내공을 못 쓰는 상태로 과연 얼마나 수월하게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아직 육체적으로 덜 성장한 청소년들까지야 어찌어찌 제압할 수 있다고 해도 내공을 쓸 수 있고 심하게 반항적인 성인 교육생들은 어떻게 제압했을까요?

물론 초반부에 주인공이 역천신공을 통해 내공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긴 합니다만 무공이 완전하지 않다는 묘사, 들키면 안되니 몰래 익혔다는 점, 망가진 단전으로는 자유롭게 내공을 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공 없이 가르친 셈이죠.

아무튼 주인공의 과거사를 자세하게 풀어내지 않고 나레이션으로만 짤막하게 언급하고 끝내버리니 이런 의문점들이 해결되지가 않아서 작가가 앞뒤가 안맞는 설정을 써놓고서 개연성 때문에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골치아파지니까 대충 과거에 그랬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너무 많은 현실 단어들의 사용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현실에서 쓰는 정말 무수한 단어들을 사용합니다.

일타강사, 학생회, 서류 전형, 학부모, 면접, 개인 과외, 동아리, 학생부 등등 주로 학교나 학원 업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죠.

물론 소설을 읽는 사람은 현대인인 만큼 이런 단어들을 쓰면 오히려 이해가 더 잘될 수는 있겠지만, '무협'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굳이 이렇게까지 현실에서 쓰는 단어들을 마구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다만 한편으론 이 소설의 독특한 배경 설정을 고려했을때 이런 단어들의 사용이 강사물이라는 정체성을 더 확립시켜줘서 소설 고유의 재미를 한층 더 높여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 개연성 떨어지는 일부 설정들

먼저 주인공을 포함해서 신입 강사들이 청룡학관에 지원한다는 부분이 현실에서 기업이 신입 공채를 진행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협 세계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무공 수위는 물론이고 강호 경력과 연륜 역시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죠.

현실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무협은 특히나 누굴 가르칠때 그냥 아는 이론지식 줄줄이 풀어낸다고 다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주인공은 과거 경험이 있으니 그렇다 쳐도 갓 사회생활 시작한 청년들에 심지어 학관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까지 강사로 지원하고 합격합니다.

사실상 후기지수 뻘인 인물들이 강사가 돼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묘한 모습인 셈이죠.

입사 시험도 무공 수위와 관련된 것만 평가할 뿐 면접을 제외하면 이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지식이 있는지, 경력은 충분한지 등을 평가하는 마땅한 기준이 없습니다.

더구나 청룡학관에 지원한 신입 강사는 학생의 평가점수도 반영해서 채용된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것 역시 일개 학생이 강호초출이나 다름없는 지원자들을 상대로 무슨 껀덕지가 있어서 평가를 하는건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햇병아리나 다름없는 후기지수인 학생들이 자기들과 나이도 경력도 별로 다를게 없는 신입 강사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서로가 아는게 없고 보이는 것도 없을 텐데.

 

그리고 시작부터 불량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헌원강을 괴롭히던 학생인 팽사혁이 사실은 헌원강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갑작스런 이미지 세탁을 해버리는 것도 너무 뜬금없어서 황당했습니다.

 

또한 황제의 스승인 승상이 요양차 온 곳이 하필 청룡학관이 있는 지역인 것도, 마침 주인공이 뿌린 개인과외 전단지를 보고 청룡학관에 입학하기 위해 주인공을 찾은 것도 혈교와 엮이는 이후 스토리를 위한 작위적인 전개라고 보이고요.

 

아무튼 이런 부분들과 위에서 설명한 주인공의 과거 이력에 대한 부분 등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총평 :
무협에 강사물을 섞어서 참신하긴 하지만 어딘가 배경설정이 미흡해 보이는 소설입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무협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 때문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다만 암중세력인 혈교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는건 사실이라 재미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대 용어와 학원물, 강사물 같은 부분을 감수할 수 있다면 비교적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