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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리뷰

구천구검 - 조진행

by 얼음렌즈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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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정확한 리뷰를 하기 위해 중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가 : 조진행

작가의 다른 작품 : 질풍광룡(완), 기문둔갑(완), 향공열전(완), 칠정검칠살도(완), 만월의 아키텍처(완), 후아유(휴재)

장르 : 무협, 선협

진행 상황 : 총 751화/연재중

소개글 :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그가 구천 하늘의 주인이다."

서자로 태어나 큰엄마와 배다른 형제자매들에게 갖은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온 여섯 살 연적하.
결국 부친마저 병으로 죽자 큰엄마는 연적하를 창고에 가두어 버리는데……

세상과 격리되어 창고에 갇힌 십 년.
인외(人外)의 무공을 얻어 세상으로 탈출하다!

"내가 연씨들에게 감정이 좀 많아."

구천구검의 오롯한 전승자 연적하의 거침없는 강호행이 지금 시작된다!

 

 

 

 

 

 

 

 

구천구검

 

 

 

 

줄거리 :

서자로 태어나 집안의 괄시와 괴롭힘을 받다가 10년간 창고에 갇혀지낸 주인공 연적하.

그는 창고 안에서 지내던 중 우연히 신비한 거울을 발견하고 거기에 있는 무공을 익히게 된다.

10년간 익혔던 무공으로 창고를 탈출한 연적하는 유리걸식을 하던 중 굶주림으로 쓰러지고, 그런 그를 오봉산의 산적들이 줍게 되어 연적하의 산적 생활이 시작된다.

 

 

 

 

 

장점 :

1.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없어서 뒷내용을 예측하기 힘든 흥미진진한 전개

일반적으로 메인 스토리가 불분명하면 소설을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전개하기가 힘든데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힘든 전개 덕분에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주인공 연적하는 10년간 갇혀 지내다가 탈출하고 거지생활을 하던 중 산적들에게 주워져서 산적 생활을 시작하는데, 주인공이 은거고수도 아니고 뜬금없이 산적에게 주워진다는 이 전개부터가 상당히 골때리더군요.

거기다 연적하는 10년간 갇혀지내서 세상물정을 모르니 야심도 없고 향상심도 없어서 반드시 무림최강의 고수가 되겠다거나 자신을 괴롭힌 연씨들을 파멸시키겠다거나 하는 목표도 없습니다.

물론 나중에 연씨들을 짓밟아주긴 하지만 그건 어쩌다보니 연씨와 얽히게 돼서 박살낸거고, 처음부터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무공실력을 키워서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실행한건 아니었죠.

아무튼 주인공 본인부터가 뭘 하려는 의지가 없다보니 스토리가 일관적이지 못하고 주먹구구식 전개 느낌으로 진행되는데도 이걸 정말 재밌게 전개하는 작가님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소설이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선협 세계로 차원이동을 하는데 원래부터 뒷내용을 예측할 수가 없었는데 이젠 정말로 감도 안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원래라면 단점밖에 안되는 부분이지만 이 소설은 하도 재밌다보니 장점에도 쓰게 만들 정도라서 개인적으로 놀랐습니다.


2. 무협과 선협을 퓨전시킨 새로운 시도

사실 선협 자체가 무협에서 파생된 장르라서 두 장르간에는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퓨전시켜도 소설 분위기가 그리 어색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한국 무협계에서 이렇게 대놓고 무협에서 선협으로 차원이동하면서 장르가 바뀌는 전개는 처음이라 굉장히 독특하더군요.

다만 이렇게 하려면 끽해봐야 반쯤 인간을 벗어난 정도가 고작인 무협 세계관보다 대놓고 수 천년씩 살며 강력한 술법과 권능을 다루는 선협 세계관이 훨씬 강력한게 일반적이라 파워 밸런스 조절이 어렵다는게 문제죠.

그래서 '구천구검'은 무협 세계관에서부터 술법과 귀신 등으로 떡밥을 충분히 깔아놓고 유명교를 연결고리로 사용해서 다른 차원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끌어들여서 개연성을 확보합니다.

개인적으로 술법 배울때부터 뭔가 새로운 전개가 나올 것을 짐작은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차원이동을 해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죠.

 

 

 

 

 

단점 : 

1. 메인 스토리가 없어서 전개가 일관되지가 못함.

장점에서 설명했듯이 메인 스토리가 없다는 점은 원래라면 단점입니다.

주인공의 성격도 수동적인데다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마저 없다보니 매번 흘러가는대로 에피소드가 시작되고 끝나기를 반복하죠.

주인공 연적하는 연씨에게 원한이 있고 강력한 무공을 익혔는데도 성격이 저렇다보니 주도적으로 복수를 하기는 커녕 산채에 눌러앉아서 산적질 하다가 나중에 어거지로 연씨와 얽히는 스토리가 나오고 나서야 '얼떨결'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어떻게 하다가 연씨를 밟아버립니다.

또한 소설의 스토리 역시 유명교가 악역이고 이를 주인공을 포함한 정사파 무림이 연합해서 막는 식으로 진행되는가 싶었지만 말했듯이 주인공이 아무 생각이 없이 사는지라 유명교와 싸우긴 싸우는데 결국 휴전도 하고 싸움 자체도 본인이 별 원한은 없다보니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유명교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적이라기에도 좀 애매하고, 주인공의 복수도 어쩌다보니 대충 완료돼서 본인이 매듭지어버리고, 천하제일의 고수를 노리는건 주인공이 관심이 없고 하다보니 결국 완결을 위한 조건이 뭔지 알 수가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주인공이 아내인 남궁연을 찾으러 선협 세계관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남궁연을 찾고 무림으로 귀환하는게 주인공의 목표 겸 메인 스토리가 되긴 했지만 이것 역시 무림으로 귀환하고 끝날건지, 아니면 뭐가 더 있는건지 애매하죠.

애초에 주인공이 넘어가기 전부터 유명교 교주가 멀쩡히 살아있었고 무림으로 소환된 초월적 존재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얘네들도 다 물리치고 끝나는건지, 아니면 그냥 흐지부지 소 닭 보듯 하다가 끝나는건지 알 수가 없더군요.


2. 수동적인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억지 전개

메인 스토리가 없는 것과는 별개로 주인공이 별 목표가 없고 능동적이지가 못해서 스토리를 주도적으로 진행시키질 못합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든 스토리를 이어가려고 주인공이 사건과 엮이게끔 억지스런 전개가 나올 수밖에 없더군요.

애초에 세상 모르는 후기지수들이 산적 토벌하러 주인공이 있는 산채에 딱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목적지를 향한 여정 도중 계속해서 주인공 일행에게 시비가 붙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이 어떻게든 사고를 치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억지 전개가 나옵니다.

무협지야 원래 사건사고가 일상이지만 누가 자기 안건드리면 가만히 있는 주인공 성격상 그냥 놔두면 무슨 사고를 일으킬 일이 절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사건사고에 휘말리고 하는걸 보면 주인공이 수동적이라 일부러 이런 식으로 억지스럽게 사건을 일으켜서 스토리를 끌어간다는게 딱 보이죠.

재미야 있었지만 길 가다가 시비 걸리는 전개가 비슷한게 매번 반복되니 원패턴 느낌도 강하게 들고 스토리가 그냥 삼천포로 자꾸만 빠지는 느낌도 듭니다.


3. 전체적으로 더딘 스토리 진행.

연적하는 별 생각 없이 살긴 하지만 자기한테 시비건 놈은 깔끔하게 죽이거나 박살내는게 아니라 진득하게 따라다니면서 깐족거리고 괴롭히며 돈도 뜯고 때리기도 하는 그런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인공의 성격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에피소드가 엄청나게 질질 끌리더군요.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어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시비가 걸리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하는 등의 억지전개를 굳이 끼워넣고, 별로 관심도 없는 조연들 시점도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내용을 쓰고 하다보니 가뜩이나 중구난방인 스토리가 진행되는것도 엄청나게 더딥니다.

특히 누군가 주인공에게 시비거는 억지전개는 진짜 툭하면 나오다보니 스토리 쓸거 없으면 일단 분량이라도 때우자는 느낌으로 우려먹는 원패턴 사골같다는 인상이 들 정도죠.


4. 이상할 정도로 안 죽이는 주인공.

주인공을 어릴 때 괴롭혔던 연씨, 무림 파트 주적 포지션인 유명교, 억지전개에 등장하는 샌드백용 얼간이들 등 주인공에게 날 좀 죽여주쇼 하는 인물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주인공이 죽인 녀석들은 극히 드뭅니다.

물론 주인공이 아직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무공을 배우고 술법을 익히면서 마음이 약간 탈속한 것도 있고, 본인이 완전 죽일 놈 아니면 죽이는걸 꺼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가만 보면 이해가 안될 정도로 이 악물고 안 죽이더군요.

물론 주인공이 기분 내키는대로 사람 죽이고 다니는 살인마여야 한다는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무협 세계관에선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이라는걸 감안했을때 '구천구검'은 과하게 불살정책(?)을 유지하는 감이 있죠.

자신을 괴롭혔던 연씨도 결국 안 죽이고, 어찌됐건 계속 싸웠던 유명교도 죽자고 덤비는 녀석 외에는 굳이 안 죽이고, 대놓고든 은근히든 자기한테 시비거는 녀석들도 어지간해선 안 죽입니다.

심지어 유명교 교주가 속임수 써서 남궁연을 선협 세계로 보내버렸을 때도 다른 동료들 안전 문제와 남궁연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등을 하면서 유명교 교주와 싸우지 않고 협상을 해서 자기도 선협 세계로 넘어가 버릴 정도죠.

특히 이 부분은 어찌나 물 흐르듯 진행되는지 주인공이 눈 앞에서 통수맞고 아내를 뺏겼는데 정말 화가 나긴 한건지부터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이런 단점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칼을 쓰는데 망설임이 없는 냉혹하고 비정한 주인공이 취향이라 많이 답답하더군요.

 

 

 

 

 

 

총평 :

재미는 있지만 내용이 길어지면서 단점들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결국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소설 '구천구검'입니다.

선협 세계 굳이 안 넘어가고 그냥 유명교 대충 박살내고 무림편에서 완결냈다면 그래도 괜찮았겠지만 선협편을 시작하는 바람에 단점이 더 심하게 느껴져서 결국 하차했습니다.

없는 내용 늘려쓰기에 억지전개도 한두 번이지 선협편 와도 배경과 조연만 바뀌었지 내용 진행되는건 똑같더군요.

다만 내공있는 작가님 특유의 뛰어난 필력과 더불어 재미만큼은 있는게 분명하기 때문에 단점을 감수할 수 있다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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